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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레이어’, 동유럽이 만든 본 시리즈급 액션

by 스냅인포 2025.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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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개봉을 앞두고 있는 헝가리 액션 영화 《브릭레이어(The Bricklayer)》는 기존 헐리우드 첩보물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도 새로운 자극을 주는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동유럽에서 제작된 이 스파이 액션 영화는 단순한 액션을 넘어서 국제 정치, 테러, 정보전의 이면을 사실적으로 다루며, 웰메이드 스릴러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제 CIA 출신 작가 폴 린드사이(Paul Lindsay)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만큼, 스토리와 설정의 현실감도 매우 뛰어난 것이 특징입니다. 이 글에서는 ‘브릭레이어’가 어떻게 ‘동유럽판 본 시리즈’라 불리는지, 그 배경과 완성도, 그리고 동유럽 영화로서 갖는 의의까지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브릭레이어 포스터

첩보 액션의 본질을 파고드는 현실 지향형 서사

《브릭레이어》는 얼핏 보면 익숙한 스파이 액션물의 틀을 따르는 듯 보이지만, 실은 매우 다른 감각을 지닌 작품입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스파이 영화—이를테면 본 시리즈나 미션 임파서블—이 거대 조직과 초인적인 주인공, 세계를 구하는 서사에 집중했다면, 이 영화는 보다 ‘로컬’하고 ‘현실적인’ 정서로 승부를 봅니다. 중심에는 전직 CIA 요원 스티븐 블릭이 있고, 그는 국가적 영웅보다는 과거에 발이 묶인 인물입니다. 그가 처한 상황은 극적이지만, 묘하게 현실과 겹쳐지며 묵직한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특별하다고 느낀 지점은 '첩보물'이란 장르에 내재한 애국주의나 영웅주의를 거의 배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주인공은 의무감보다는 생존과 진실을 위한 선택을 합니다. 특히 정보기관 내부의 부패나 허위 조작, 정치적 이용이라는 주제를 깊게 파고들면서, 극단적인 상징을 넘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자연스럽게 투영합니다. 테러리스트로 지목된 전직 요원이 자신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벌이는 사투는 단순한 총격전 이상으로 무게감 있는 이야기로 다가옵니다.

‘브릭레이어’라는 제목도 단순한 수사적 표현이 아닙니다. 벽돌을 쌓아 올리듯, 한 겹씩 진실을 발견해 가는 구조 속에서 관객도 함께 퍼즐을 맞춰 나가는 감각을 경험하게 되죠. 저는 이런 방식이 단순한 오락 영화보다 훨씬 지적인 만족감을 준다고 느꼈습니다. 스파이물은 결국 ‘정보’를 다루는 장르인데, 이 영화는 그 본질에 충실합니다. 게다가 동유럽 도시들을 배경으로 한 촬영은 기존 헐리우드 영화에서 보기 힘든, 진짜같은 공간의 밀도를 제공합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와 체코 프라하의 거리, 회색빛 건물과 복잡한 도시 동선은 냉전의 그림자와 지역 정서를 입체적으로 드러냅니다. 본 시리즈의 베를린과 모스크바가 냉정한 긴장을 연출했다면, 브릭레이어의 도시들은 그보다 더 낡고 날것 그대로입니다. 그것이 이 영화의 무대가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날것 그대로의 액션, 그 안에 숨은 리얼리즘의 미학

《브릭레이어》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액션 연출의 리얼리티입니다. 요즘 할리우드 액션 영화들이 시각 효과에 의존해 점점 만화 같은 전개로 치우쳐가는 데 비해, 이 영화는 철저하게 몸으로 부딪치는 액션을 추구합니다. 격투 장면은 격렬하지만 과장되지 않고, 추격 장면은 빠르되 어지럽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좁은 주택가 골목에서 벌어지는 근접 추격신이었습니다. 마치 내가 그 골목 안에서 누군가에게 쫓기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죠. 이건 단순히 액션의 박진감이 아니라, 공간 연출과 배우의 동선, 카메라 워킹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주인공 블릭은 전직 요원답게 전투 능력이 있지만, 그의 나이는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액션마다 피로감이 실려 있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생존의 절박함이 따라붙습니다. 저는 이 점이 매우 좋았습니다. 슈퍼히어로가 아닌, 진짜 인간이 싸운다는 느낌. 이는 <본 시리즈>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이 느꼈던 새로운 액션의 감각과도 일맥상통하지만, 보다 노련하고 현실적인 접근이라는 차별점이 있습니다.

감독의 편집 방식 또한 극단적 속도감보다는 리듬을 살리는 쪽에 가깝습니다. 카메라는 상황의 흐름을 따라가며, 필요 이상으로 흔들리지 않습니다. 요즘 영화들이 액션 장면에서 화면을 지나치게 흔들어 눈이 피로한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그 점을 세심하게 피합니다. 이건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연출자와 편집자의 의도와 철학이 반영된 결과라고 봅니다. 액션이라는 장르가 ‘소음’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맥락’과 ‘호흡’으로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저는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애런 에크하트의 연기도 큰 몫을 했습니다. 단순한 총잡이가 아니라, 상처 입고 회한을 지닌 인물로서 블릭을 설득력 있게 그려냅니다. 그는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장면마다 묻어 나오는 내면의 동요를 놓치지 않습니다. 이렇게 캐릭터가 단지 ‘액션의 수행자’가 아니라 ‘감정의 전달자’가 될 때, 우리는 영화에 더욱 몰입하게 되죠. 이런 면에서 보면 《브릭레이어》는 액션 영화이면서도 인물 중심 드라마로도 충분한 무게감을 갖추고 있습니다.

로컬에서 글로벌로, 동유럽 장르영화의 성장 선언

《브릭레이어》는 단순한 스파이 액션물이 아니라, 동유럽 영화계가 글로벌 장르 시장으로 뻗어나가려는 도전의 산물입니다. 지금까지 헝가리나 체코, 폴란드 등의 국가는 예술영화나 사회 고발적 성격의 작품에서 두각을 나타냈지만, 《브릭레이어》는 대중성과 장르성을 고루 갖춘 ‘현지 주도형 글로벌 프로젝트’입니다. 저는 이런 시도가 매우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그동안 스파이물은 대부분 미국 중심으로만 제작되어 왔고, 유럽은 무대일 뿐이었지만, 이제 유럽이 직접 중심으로 나서는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듯합니다.

흥미로운 건 이 영화가 단순히 헝가리를 배경으로 촬영한 것이 아니라, 실제 자본과 크루, 감독 등이 모두 현지 중심이라는 점입니다. 촬영지로만 활용하는 게 아니라, 콘텐츠 주체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다릅니다. 이건 한국의 ‘부산행’이 한국 좀비물의 문을 연 것처럼, 동유럽 장르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저는 ‘브릭레이어’가 단발성 프로젝트로 끝나지 않고,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 ‘로컬 정체성’을 유지하며 성공한 콘텐츠는 분명 경쟁력이 있습니다. 이 영화는 미국 배급망과 협업하면서도, 정체불명의 냉전적 분위기, 동유럽 특유의 회색빛 정서, 정치적 긴장감 같은 로컬 요소를 결코 희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런 요소들이 영화의 분위기를 더 짙게 만들어 줬습니다. 저는 이 점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글로벌 콘텐츠 시장이 점점 더 균질화되는 흐름 속에서, 로컬이 가진 고유한 색깔이야말로 차별화의 핵심이 될 수 있다는 걸 다시금 느꼈습니다.

결론: 정통 첩보물의 복귀를 알리는 시그널

《브릭레이어》는 단순한 스파이 액션이 아니라, ‘진짜 스파이 영화’를 기다려온 관객에게 던지는 묵직한 응답입니다. 현실성과 인간 중심의 드라마, 그리고 지적인 서사를 바탕으로 동유럽이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전개되는 이 영화는, 오랜만에 장르 영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본 시리즈의 텐션을 그리워했다면, 이 영화를 꼭 한 번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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